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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대표 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다섯 번째 영화로 그의 배우자 줄리에타 마시나와 함께한 세 번째 영화다. 줄리에타 마시나는 <길>에서 처음으로 여주인공을 맡게 된다. <길>은 떠돌이 차력사 잠파노와 그에게 정신지체자인 젤소미나의 행적을 따르는 로드무비다. 조수로 쓰기 위해 젤소미나를 산 잠파노는 이 마을 저 마을 차력을 선보이며 유랑하다가 우연히 과거의 동료인 곡예사 마또를 만나고 두 사람은 다툼을 벌이다 잠파노가 마또를 죽이게 된다. 그 장면을 목격한 젤소미나는 충격으로 상태가 악화되고 잠파노는 젤소미나를 버리고 떠난다. 시간이 흐른 뒤 잠파노는 젤소미나가 죽은 사실을 알게 되고 젤소미나가 발견되었다는 바닷가에서 눈물을 흘리며 슬퍼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줄리에타 마시나가 연기한 젤소미나일 것이다. 젤소미나와 잠파노의 관계는 다중적인데, 연인의 관계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그 보다는 속물성과 어떤 순수함의 관계를 그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몸이 아주 큰 배우와 몸이 아주 왜소한 배우의 조합은 그 관계를 위한 의도적 배치일 것이다. 누가 봐도 성인(成人)인 거대한 남자와 소녀처럼 보이는 왜소한 여자의 외향적 조합은 각각의 인물이 상징하는 속물성과 순수함의 (역설적이기도 한) 어떤 관계를 강조하기에 적절하다. 잠파노는 속물성이 강하다. 그는 젤소미나를 향한 마음을 내비치는 듯 하면서도 돈이 생기면 다른 여자와 잠을 자고, 젤소미나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하고, 무례하고 거친 성격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편 젤소미나는 약간은 바보스러움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그 포장을 풀고 나면 어떤 순수함을 확인 할 수 있다. 이는 잠파노가 모욕감과 질투심으로 마또를 죽이는 모습을 목격한 충격으로 혼란스러움에 빠졌던 젤소미나가 결국엔 잠파노의 곁에 머물기로 결정하는 장면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잠파노를 견디다 못해 도망치기도 했지만, 다른 여자와 잠을 자고 엉뚱한 곳에서 골아 떨어져 있을 때도, 마또와 다툼으로 난동을 피워 경찰에 잡혀가 있는 동안에도, 마또를 죽인 잠파노 마저 젤소미나는 받아들이고 그 곁에 머문다. 젤소미나를 모든 것을 수용하는 어떤 순수함 또는 어떤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은유로 읽을 수도 있다. 이런 양자적 층위는 젤소미나는 모성, 잠파노는 등치만 큰 철부지 아들이라는 또 다른 관계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리고 이런 양자적 관계를 잠파노 개인적인 층위에서 다룬다면 젤소미나라는 양심을 저버린 후 그 가책으로 괴로워하는 한 인간에 관한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또 젤소미나는 인격체가 아닌 대자연을 상징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길은 자연을 가로지르며 마을과 마을을 잇고 있지만 마을도 길도 거대한 자연에 둘러싸인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다. 그 길 위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 사연 역시 대자연이 품은 국소적인 현상들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큰 사나이가 왜소한 여성의 존재감을 차마 지우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한 밤 바닷가에서 슬프게 울던 날 그는 그녀의 노래 소리를 들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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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佛酵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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